[창작소설] 도시의 이면: 균열의 경계에서 (1~5화)
안녕하세요!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혹시 "이 세상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진 않을까?" 하는 상상, 한 번쯤 해보신 적 없나요?
오늘 제가 쓴 현실 기반 어반 판타지 장편소설, "도시의 이면: 균열의 경계에서" 1화부터 5화까지의 내용을 전부 공개합니다. 평범한 K-직장인이 서울 한복판에서 마주하게 되는 도시의 비밀스러운 이면! 지금부터 그 이야기에 빠져보세요.
🌃 제1장: 익숙한 풍경 속 낯선 균열
김민준(32세, K-콘텐츠 마케팅 회사 대리)의 하루는 복사 붙여넣기 한 것처럼 단조로웠다. 오전 6시 30분, 기계적인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토스트 한 조각으로 아침을 때운 뒤,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회사에서는 끝없는 보고서와 회의, 그리고 상사의 잔소리가 그를 기다렸다. 실적 압박과 야근은 일상이었고,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야근을 마치고 밤 11시가 넘어 퇴근하던 길이었다. 피곤에 절어 흐릿한 눈으로 터벅터벅 걷던 민준은 평소 다니던 길을 벗어나 지름길인 낡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가로등 불빛마저 희미한 그곳에서, 그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낡은 담벼락의 한 부분이 마치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헛것을 보나 싶었지만,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 일렁임 너머로 언뜻,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기괴한 형태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뭐지...?"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홀린 듯 그곳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만져보려는 순간, 골목 안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깜짝 놀란 민준이 고개를 돌린 사이, 담벼락의 일렁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낡고 때묻은 콘크리트 벽만이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잘못 본 건가..."
피로 때문이겠거니 애써 생각하며 민준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뇌리에는 방금 본 기묘한 광경이 선명하게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 날, 민준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어젯밤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회의 시간에도,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문득문득 담벼락의 일렁임이 떠올랐다. ‘균열’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 정체 모를 현상에 대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며칠 뒤, 민준은 점심시간에 우연히 들른 오래된 서점에서 기묘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 구석에 처박혀 있던, <도시 이면의 존재론>이라는 제목의 낡은 책이었다. 호기심에 책을 펼쳐든 민준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책의 내용 중 일부가 자신이 목격했던 ‘균열’과 그 너머의 존재에 대해 서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집합체가 아니다. 수많은 인간의 욕망, 감정, 기억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생명체와도 같다. 그리고 그 생명력이 불안정해지거나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현실과 이면 세계를 가르는 장막에 미세한 ‘틈’ 혹은 ‘균열’이 발생한다…”
민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책은 계속해서 ‘균열’을 통해 넘어오는 이면의 존재들, 그리고 그들을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소수의 ‘경계인’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날 밤 골목에서 본 광경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그날 이후, 민준의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도시의 풍경 속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철 환풍구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오래된 건물의 창문에 어른거리는 기이한 형상, 심지어 사람들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는, 인간이 아닌 듯한 존재들까지. 대부분은 희미하게 보이거나 빠르게 스쳐 지나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민준은 직감적으로 그것들이 ‘이면’의 편린임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그 자신에게 일어났다. 어느 날, 회사 탕비실에서 뜨거운 커피를 쏟을 뻔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을 휘젓자 쏟아지던 커피가 공중에서 잠시 멈칫하는 듯한 기현상을 경험했다. 물론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주변 동료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민준은 분명히 느꼈다. 자신의 의지가 아주 미약하게나마 현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혹시 나도… 그 책에서 말한 ‘경계인’이라는 건가?
📖 제2장: 또 다른 눈을 가진 사람들
혼란스러움 속에서 민준은 <도시 이면의 존재론>의 저자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책의 말미에는 ‘류시헌’이라는 이름과 함께 지금은 사라진 작은 출판사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지만, 류시헌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민준은 퇴근길에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허름한 공원 벤치에 앉아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던 노인은 민준이 스쳐 지나가자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자네, 요즘 통 잠을 못 이루는군. 헛것이라도 보이나?"
민준은 섬뜩한 기분에 걸음을 멈췄다. 초췌하지만 형형한 눈빛의 노인은 마치 민준의 속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노인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에게서 '경계'의 냄새가 나거든. 나와 같은 부류의 냄새지."
노인의 이름은 윤도진. 그는 자신을 은퇴한 ‘경계지기’라고 소개했다. 윤 노인에 따르면, 도시의 ‘균열’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이면 세계의 존재들이 현실로 넘어오는 빈도와 강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민준처럼 평범한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각성’하여 경계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는 이들이 드물게 나타난다고 했다.
"자네가 본 그 일렁임은 시작에 불과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겪게 될 걸세."
윤 노인은 민준에게 몇 가지 기본적인 대처법과 함께, 다른 ‘각성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나타나는 ‘표식’을 찾는 것이었다.
며칠 뒤, 민준은 윤 노인이 알려준 표식을 찾아 오래된 사찰의 뒤뜰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대학생, 주부,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현실 너머의 세계를 인지하는 ‘특별한 눈’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그중 리더 격으로 보이는 차분한 인상의 여성, 한지수(20대 후반, 프리랜서 번역가)가 민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김민준 씨 맞으시죠? 윤 할아버지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저희는 스스로를 ‘경계의 파수꾼’이라고 부릅니다. 공식적인 조직은 아니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모이죠."
지수는 민준에게 ‘균열’의 종류, 출몰하는 존재들의 특성, 그리고 각성자들이 가진 능력의 발현 형태 등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어떤 이는 민준처럼 미약한 염동력을, 어떤 이는 위험을 감지하는 예지력을, 또 어떤 이는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발현되지 않았거나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능력도 많다고 했다.
민준은 그제야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거대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무게감에 휩싸였다.
👥 제3장 & 4장: 보이지 않는 위협과 '균열의 사제들'
제3장: 보이지 않는 위협
'경계의 파수꾼'들과 교류하며 민준은 점차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갔다.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이나 주말에는 파수꾼의 일원으로서 도시 곳곳의 이상 현상을 조사하고, 때로는 ‘균열’에서 새어 나온 하급 존재들을 처리하는 일을 도왔다.
그 과정에서 민준은 자신의 능력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커피잔을 멈칫하게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작은 물건 정도는 원하는 대로 움직이거나, 약한 충격파를 만들어낼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다른 숙련된 파수꾼들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원인 모를 대규모 정전과 함께, 수십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극심한 공포감과 환각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뉴스에서는 단순한 집단 히스테리나 가스 누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지수를 비롯한 파수꾼들은 그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직감했다.
"이건… 우리가 알던 존재들의 소행이 아니에요. 훨씬 더 강력하고 사악한 기운이 느껴져요." 지수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노인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래전 기록에서나 언급되던 ‘그림자 포식자’일 가능성이 있네. 인간의 공포와 절망을 먹고 자라며, 현실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위험 존재지. 만약 그놈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면, 도시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
민준과 파수꾼들은 '그림자 포식자'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조사를 진행할수록, 그들은 거대한 음모의 그림자를 감지하게 된다. 단순한 이면 존재의 출몰이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균열’을 확장시키고 위험한 존재들을 현실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놀랍게도 인간이 있었다. 현실의 권력과 부를 위해 이면 세계의 힘을 탐하는 자들, 스스로를 ‘균열의 사제들’이라 칭하는 비밀 집단이었다.
민준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이 모든 것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이 도사리는 미지의 세계에 맞서 싸울 것인가. 그의 결정에 도시의 운명, 그리고 자기 자신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도시의 밤하늘 아래, 김민준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과거의 무기력한 회사원의 그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도시의 이면을 지키는 ‘경계의 파수꾼’이었다.
제4장: 균열의 사제들
김민준의 결심은 확고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은 안개처럼 불투명했다. '균열의 사제들'이라는 존재는 윤 노인의 언급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철저히 그림자 속에 숨어 활동하는 듯했다.
파수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한지수는 자신의 예민한 감각을 이용해 도시 곳곳의 에너지 흐름을 읽으며 사제들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고, IT 전문가인 젊은 파수꾼 박태영은 다크웹과 비밀 포럼을 뒤지며 그들의 단서를 추적했다. 민준은 낮에는 회사원으로 일하며 최대한 일상적인 패턴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보이지 않는 위협에 쏠려 있었다. 그는 틈틈이 윤 노인을 찾아가 고대의 문헌이나 기록 속에 남아 있을지 모를 사제들의 자취에 대해 물었다.
"녀석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지."
윤 노인은 낡은 책장을 뒤지며 말했다.
"스스로를 신인류라 칭하며, 이면 세계의 힘을 이용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려 했던 자들이야. 과거 몇 차례 그들의 준동이 있었지만, 선대 경계지기들에 의해 저지되었지. 하지만 완전히 뿌리 뽑지는 못했던 게야."
윤 노인이 찾아낸 빛바랜 두루마리에는 기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균열의 형상 중앙에 앙상한 손이 뻗어 나오는 듯한 문양이었다.
"이것이 그들의 상징이다. 만약 이 문양을 발견한다면, 그곳이 사제들의 활동 거점일 가능성이 높다."
며칠 후, 박태영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최근 강남의 한 폐건물 주변에서 이상한 에너지 파동이 감지된다는 아마추어 오컬트 동호회의 게시물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한 사진 속에서, 건물 벽에 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가 윤 노인이 보여준 문양과 희미하게 닮아 있었다.
그날 밤, 민준과 지수, 그리고 육탄전에 능한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파수꾼 강철호가 팀을 이뤄 폐건물로 향했다.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건물 내부는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민준은 손전등 빛에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내부를 수색했다. 그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지만, 두려움보다는 기묘한 긴장감이 더 컸다.
"저기!"
지수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한쪽 벽을 가리켰다.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윤 노인이 말한 '균열의 손'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문양 주변에는 최근까지 누군가 의식을 치른 듯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바닥에는 정체불명의 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역한 향냄새가 희미하게 감돌았다.
"이미 떠난 건가..."
강철호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그때, 민준은 바닥에 떨어진 작은 검은색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펼쳐보니, 암호처럼 보이는 글자들과 함께 날짜, 그리고 특정 장소를 지칭하는 듯한 약어들이 적혀 있었다.
"이건…!"
민준이 수첩을 들어 보이려는 순간, 건물 바깥에서 여러 대의 차량이 멈춰 서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강철호가 외쳤다.
"매복이다! 놈들이 우리를 유인한 걸 수도 있어!"
창문 틈으로 검은 복장의 사람들이 건물로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는 단순한 무기가 아닌, 이면의 에너지가 희미하게 감도는 기묘한 형태의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균열의 사제들'의 하수인들이 분명했다.
"분산해서 탈출한다! 약속된 장소에서 합류하지!"
지수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민준은 수첩을 품에 단단히 챙기고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등 뒤에서는 이미 격렬한 충돌음과 함께 지수와 강철호의 외침이 들려왔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존을 위한 질주였다. 그는 자신의 미약한 염동력을 최대한 활용해 발밑의 잔해들을 치우거나, 쫓아오는 자들의 발을 잠시 묶는 식으로 시간을 벌었다.
가까스로 건물을 빠져나와 약속된 은신처로 향하는 동안, 민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가 손에 넣은 수첩은 분명 중요한 단서가 될 터였다. 하지만 동료들이 무사할지, 그리고 자신이 이 위험천만한 싸움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직장 상사의 질책과는 차원이 다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기분이었다.
🎡 제5장: 그림자 사냥
은신처에 먼저 도착한 것은 민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수와 강철호도 약간의 부상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었다.
"그 수첩, 이리 줘 봐요."
지수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민준이 건넨 수첩을 받아든 지수는 암호 해독에 능한 박태영에게 즉시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박태영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수첩의 내용은 '그림자 포식자'를 특정 장소로 유인하고, 그 힘을 증폭시키기 위한 제물과 의식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의식은 바로 이틀 뒤, 서울의 오래된 놀이공원 폐장 구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틀 뒤라고? 너무 촉박해."
강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막아야 해요. '그림자 포식자'가 다시 날뛰게 둘 순 없어요."
지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파수꾼들은 긴급히 회의를 소집했다. '균열의 사제들'이 의식을 진행하기 전에 선수 쳐서 그들의 계획을 저지하거나, 만약 '그림자 포식자'가 이미 소환되었다면 그것을 다시 이면 세계로 돌려보내야 했다. 문제는 '그림자 포식자'의 강력함이었다. 윤 노인조차 "섣불리 맞서려 하지 말고, 놈의 힘을 약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민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아직 그의 능력은 미약했지만, 지난번 폐건물 탈출 과정에서 위기의 순간 기지가 발휘되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윤 노인을 찾아가 '그림자 포식자'의 약점이나, 자신의 능력을 단기간에 증폭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조언을 구했다.
윤 노인은 민준에게 명상과 기(氣)의 흐름을 통해 순간적으로 정신력을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네 능력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같다. 중요한 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집중해서 그 힘을 끌어낼 수 있느냐다."
이틀 뒤, 결전의 밤이 밝았다. 파수꾼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폐놀이공원으로 잠입했다. 지수와 강철호가 포함된 팀은 의식 장소를 급습하여 사제들을 직접 저지하는 역할을, 다른 팀은 혹시 모를 지원과 퇴로 확보를, 그리고 민준은 윤 노인의 조언에 따라 '그림자 포식자'가 나타났을 경우 그 존재를 교란하고 약화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손에는 윤 노인이 건네준, 이면의 존재들이 싫어하는 성분을 응축시킨 작은 수정이 들려 있었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폐놀이공원 중앙 광장. '균열의 사제들'은 이미 의식을 시작한 듯,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러 인영이 기이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앙의 허공에는 검붉은 균열이 소용돌이치며 점점 커지고 있었다.
"지금이다!"
지수의 신호와 함께 강철호 팀이 사제들에게 돌진했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사제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면의 힘을 빌린 듯한 기묘한 기술로 저항했다.
그 순간, 커진 균열 속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림자 포식자'였다. 주변의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졌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퍼져나갔다. 파수꾼들 중 일부는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민준 씨, 지금이에요!"
지수의 다급한 외침이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민준은 숨어있던 관람차 꼭대기에서 '그림자 포식자'를 내려다보았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지만, 윤 노인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심호흡을 했다. 그는 모든 정신을 손에 쥔 수정과 자신의 염동력에 집중했다. 목표는 단 하나, 놈의 시선을 끌고 혼란을 야기하는 것.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민준은 온 힘을 다해 수정을 '그림자 포식자'를 향해 던졌다. 동시에 그의 염동력이 폭발하듯 발휘되었다. 수정은 마치 유도탄처럼 날아가 정확히 포식자의 형체 없는 머리 부분에 명중했고, 동시에 주변의 낡은 놀이기구 일부가 굉음과 함께 포식자를 향해 날아가 부딪혔다.
"크아아아악!"
'그림자 포식자'는 고통스러운 듯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놈의 검은 형체가 잠시 흐트러지는가 싶더니, 분노한 듯 민준이 있는 관람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만큼은 사제들과 싸우던 지수 팀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줄어든 듯 보였다.
기회는 짧았다. 지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사제들의 의식을 방해하는 데 성공했다. 균열을 유지하던 주문이 깨지자, '그림자 포식자'는 불안정한 빛에 휩싸이며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균열이 점차 줄어들면서 놈을 다시 이면 세계로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안 돼! 나의 힘이…!"
사제들의 절규와 함께 '그림자 포식자'는 완전히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균열 또한 한 점 빛으로 응축되었다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 그리고, 새로운 시작
전투는 끝났지만, 피해는 적지 않았다. 몇몇 파수꾼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민준 역시 모든 힘을 소진한 탓에 관람차에서 내려오자마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파수꾼들의 안전가옥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지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간호하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요, 민준 씨?"
"…네. 다른 분들은요? 사제들은…"
"사제들은 대부분 놓쳤어요. 하지만 그들의 계획에 큰 타격을 준 건 분명해요. 그리고… 민준 씨 덕분에 많은 사람이 살았어요. 정말 대단했어요."
지수의 칭찬에도 민준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균열의 사제들'이라는 더 큰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존재가 그들에게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평범한 회사원 김민준의 삶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알 수 없는 뜨거움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사명감일까, 아니면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일까.
어둠은 아직 도시를 감싸고 있었지만, 민준의 눈에는 희미한 새벽빛이 보이는 듯했다. 그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여기까지가 '도시의 이면' 1부의 내용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평범한 회사원 김민준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균열의 사제들'과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다음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시고, 궁금한 점이나 감상평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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