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2부] 도시의 이면: 균열의 경계에서 (6~10화)
안녕하세요! '도시의 이면' 1부에 이어 2부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균열의 사제들'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되고, 도시의 심장부에 감춰진 거대한 음모가 서서히 드러납니다. 더욱더 깊어진 도시의 이면,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 제6장: 일상이라는 이름의 전장
폐놀이공원에서의 사투 이후, 며칠간의 강제 휴식이 주어졌다. 하지만 민준에게 휴식은 곧 불안과 동의어였다. 눈을 감으면 검붉은 균열과 '그림자 포식자'의 끔찍한 비명이 떠올랐고, 눈을 뜨면 언제 닥칠지 모를 '균열의 사제들'의 보복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월요일, 민준은 다시 K-콘텐츠 마케팅 회사 대리 김민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자리는 예전 같지 않았다. 잦은 반차와 병가, 눈에 띄게 떨어진 집중력. 결국 박 부장이 그를 회의실로 호출했다.
"김 대리. 요즘 무슨 일 있나?"
날카롭게 파고드는 부장의 질문에 민준은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라는 변명은 공허했다.
'사실은 지난 주말에 이면 세계에서 넘어온 괴물과 싸우느라 기력을 소진했고, 정체불명의 비밀 집단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생각보다 더 가혹한 전장이었다.
그날 저녁, 파수꾼들의 안전가옥에서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그들을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IT 전문가 박태영이었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놈들이... 우리를 추적하고 있어요."
태영의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며칠 전부터 파수꾼들 몇몇의 집 주변에서 전자기기가 미세한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속삭임 같은 노이즈가 들리는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처음에는 과민반응이라 생각했지만, 태영이 그 노이즈를 분석한 결과, 그것이 단순한 주파수 이상이 아닌, 특정 패턴을 가진 '신호'임을 밝혀낸 것이다.
"윤 할아버지의 고문서에서 비슷한 존재에 대한 기록을 찾았어요."
한지수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잔향의 벌레'라고 불리는 것들이에요."
'잔향의 벌레'는 균열이나 강한 이면 에너지가 남긴 흔적(잔향)을 먹고 사는 기생형 존재였다. 그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지만, 특정 신호로 조종하여 목표물을 추적하는 '사냥개'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제들이 파수꾼들이 남긴 에너지 흔적을 역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숨어만 있을 순 없어."
전직 특수부대원 강철호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
"놈들이 우리 목에 방울을 달기 전에, 우리가 먼저 놈들의 목줄을 끊어야지."
그의 말처럼, 이제 파수꾼들은 사냥감에서 사냥꾼이 되어야 할 때였다.
🏢 제7장: 아카디아 이노베이션스
반격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바로 민준이 폐건물에서 손에 넣었던 검은 수첩이었다. 박태영은 밤샘 작업 끝에 수첩의 나머지 부분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수첩에는 단순한 의식 절차뿐만 아니라, 자금의 흐름과 거래 내역으로 보이는 암호화된 기록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자금 대부분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카디아 이노베이션스(Arcadia Innovations)'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유망 IT 기업. 표면적으로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완벽하게 합법적이고 전도유망한 회사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균열의 사제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대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자금줄이 아닐 겁니다."
지수가 회의를 주재하며 말했다.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움직이려면, 이 회사 자체가 사제들의 핵심 거점일 가능성이 높아요."
파수꾼들은 '아카디아 이노베이션스'에 잠입하여 사제들의 목적과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강철호는 건물의 보안 시스템과 동선을 분석했고, 박태영은 내부 네트워크에 침투할 방법을 모색했다.
문제는 민준의 역할이었다. 그의 염동력은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지만, 첨단 보안 시설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 윤 노인이 민준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네 능력의 본질은 단순히 물건을 움직이는 게 아니야. '의지의 관철'이지. 아주 미세한 에너지의 흐름을 네 의지대로 비트는 것. 어쩌면 기계의 눈보다 더 정밀하게, 에너지의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교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윤 노인의 조언에 따라 민준은 자신의 능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훈련하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물건을 들어 올리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흐르는 물의 방향을 살짝 바꾸거나, 촛불의 흔들림을 제어하거나, 전자기기의 미세한 노이즈를 감지하는 훈련에 매달렸다. '힘'이 아닌 '감각'으로서의 능력을 단련한 것이다.
작전 당일, 민준은 다른 파수꾼들과 함께 '아카디아 이노베이션스'에 잠입했다. 그의 임무는 연구 시설 깊숙한 곳, 강력한 에너지 반응이 탐지되는 미지의 구역으로 침투하여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 제8장: 강철의 낙원, 그 심장부에서
'아카디아 이노베이션스'의 내부는 최첨단 기술로 가득한 미래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민준의 예민해진 감각에는 차가운 기계들 사이로 흐르는 불길하고 이질적인 에너지의 흐름이 느껴졌다. 마치 잘 닦인 수술대 위에 기괴한 내장 기관이 널려 있는 듯한 위화감이었다.
박태영의 해킹으로 보안 시스템이 잠시 무력화된 틈을 타, 민준과 지수는 마침내 목적지인 '지하 7층 비공개 연구실'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광경과 마주했다.
연구실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기계장치가 있었고, 그 중심부에는 검붉은 '균열'이 인공적으로 생성되어 불안정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사제들은 이면의 존재를 소환하는 것을 넘어, 균열 그 자체를 통제하고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실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리관 속에는 균열에서 포획한 것으로 보이는 끔찍한 형상의 생명체들이 갇혀 있었고, 연구원들은 그들에게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놈들은 이면 세계를 '자원'으로 쓰려고 했던 거야."
지수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떨렸다.
그때, 연구실 안쪽에서 한 남자가 박수를 치며 걸어 나왔다. 깔끔한 흰 가운을 입은, 지적이고 차분한 인상의 중년 남자였다.
"환영하네, '경계의 파수꾼'들. 제 발로 찾아와 주다니, 실험 데이터를 수집할 좋은 기회로군."
그는 자신을 '집행관 K'라고 소개했다. '균열의 사제들'의 현장 책임자였다. 그의 주변으로는 이면의 에너지로 강화된 경비 병력들이 조용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어리석은 자들. 너희는 그저 둑의 작은 구멍을 손으로 막으려는 개미에 불과해."
K는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둑 자체를 허물어 새로운 바다를 만들려는 것이다. 인류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만 해. 구시대의 유물인 너희와 함께가 아니라, 이면의 무한한 에너지를 손에 넣고서 말이지."
"미친 소리!"
민준이 외치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의 염동력이 주변의 실험 장비들을 K에게 날려 보냈다. 하지만 K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몸 주위로 반투명한 에너지 방어막이 펼쳐지며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과학과 이면의 힘이 결합된, 파수꾼들이 지금껏 상대해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적이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실험이 아닐세."
K는 최후의 선고처럼 말했다.
"이 도시의 심장부, 수백만의 인간이 뿜어내는 거대한 에너지 위에 '초거대 인공 균열'을 열어, 두 세계를 완전히 통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카디아 프로젝트'의 진정한 목표다."
절망적인 상황. 그때 연구실의 견고한 강철 문이 굉음과 함께 뜯겨져 나갔다. 그곳에는 지팡이를 든 윤 노인이 서 있었다. 평소의 허름한 노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민준이 지금까지 느꼈던 그 어떤 파수꾼보다도 강력하고 장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네놈들의 '낙원' 놀이는 여기까지다, 애송이."
윤 노인이 지팡이를 땅에 내리찍자, 연구실 전체가 거대한 파동에 휩싸였다. 인공 균열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 제9장: 스승의 마지막 불꽃
윤 노인의 등장은 절망적인 전장에 떨어진 한 줄기 섬광과 같았다. 그가 지팡이를 내리찍자, 연구실 바닥과 벽을 타고 푸른빛의 에너지 회로가 번개처럼 번져나갔다. 인공 균열을 생성하던 기계장치들이 비명을 지르며 역류하는 스파크를 뿜어냈다.
"네놈은...!"
'집행관 K'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의 과학으로 쌓아 올린 철옹성이, 이해할 수 없는 원시적인 힘 앞에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경계지기'의 힘이, 어찌 네놈들의 장난감과 같을 거라 생각했느냐."
윤 노인은 한 걸음 한 걸음 K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걸음에 맞춰 연구실 전체의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그는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 공간의 '에너지' 흐름 자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불안정하게 요동치던 인공 균열을 강제로 닫으려는 듯, 거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모두 탈출하게! 어서!"
윤 노인의 외침에 파수꾼들은 정신을 차렸다. 강철호가 포위하던 경비 병력의 대열을 무너뜨리며 퇴로를 확보했다. 지수는 민준의 손을 잡고 핵심 데이터가 담긴 서버를 향해 달렸다.
"민준 씨, 저 서버만 빼가면 돼요! 제가 시간을 버는 동안, 당신의 능력으로 하드디스크만 정확히 빼내 주세요!"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천장에서 파편이 쏟아지는 아비규환 속. 민준은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혼란스러운 연구실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거대한 서버 랙과 그 안에 희미한 빛을 내는 데이터 저장장치만이 보였다. 그의 염동력은 이전처럼 거칠지 않았다. 마치 섬세한 실처럼 뻗어 나가, 잠금장치를 풀고, 케이블을 분리하고, 여러 개의 하드디스크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그 순간, K가 윤 노인의 압박을 뚫고 공격을 가해왔다. 날카로운 에너지 파편이 민준과 지수를 향해 날아왔다. 윤 노인이 몸을 날려 그들을 감쌌지만, 그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할아버지!"
"어서 가게! 이 늙은이의 마지막 불꽃을 헛되이 하지 말게!"
윤 노인은 다시 한번 지팡이에 모든 기력을 쏟아부었다. 연구실 중앙의 인공 균열 생성기가 임계점을 넘어서며 굉음을 울렸다.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거대한 빛의 소용돌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자폭이었다.
파수꾼들이 강철호를 따라 겨우 출구로 몸을 던진 순간, 윤 노인은 무너지는 연구실의 중심에서 K와 함께 빛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마지막 목소리가 민준의 뇌리에 직접 울리는 듯했다.
‘진정한 열쇠는... 균열이 아니라 도시의 심장 속에 있다... 사람들의...’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붕괴의 굉음에 휩싸였다.
🗺️ 제10화: 흉터와 새로운 결의
'아카디아 이노베이션스'의 건물에서 비상벨이 울리고 소방차가 달려오는 소리를 뒤로한 채, 파수꾼들은 어둠 속으로 겨우 몸을 피했다. 그들의 손에는 도시의 운명이 걸린 데이터가 들려 있었지만, 마음은 스승을 잃은 슬픔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임시로 마련된 낡은 오피스텔. 밤새도록 박태영은 민준이 빼내 온 데이터를 해독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침통한 얼굴로 모두를 불러 모았다.
"상황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모니터에는 서울특별시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지도 위, 열 군데의 장소에 붉은 점이 찍혀 있었다. 광화문, 강남역, 한강의 특정 지점, 주요 대학 캠퍼스, 수만 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었다.
"이건 '아카디아 프로젝트'의 전체 계획도입니다. 놈들은 이 열 곳의 '혈점(穴點)'에 소규모 인공 균열을 동시에 발생시켜 도시 전체의 에너지 공명 현상을 유도할 계획이었어요. 모든 균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서울 상공에 영구적인 거대 균열을 여는 거죠."
인류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겠다는 K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도시의 소멸을 담보로 한 광기 어린 계획이었다.
모두가 침묵에 빠졌다. 윤 노인이라는 거대한 기둥을 잃은 지금, 이 거대한 계획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무력감이 모두를 덮쳤다.
그때, 민준이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민준은 윤 노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도시의 심장', '사람들'이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놈들이 노리는 '혈점'들은 그냥 장소가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 기억, 염원이 가장 강하게 모이는 곳들이죠. 그게 바로 할아버지가 말한 '도시의 심장'일 거예요. 놈들은 그 힘을 역이용해서 균열을 열지만, 어쩌면 우리도 그 힘을 이용해서 균열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요."
아직은 막연한 추측이었지만, 민준의 말에는 이전과 다른 무게와 확신이 실려 있었다. 스승의 죽음은 그를 더 이상 수동적인 '각성자'가 아닌,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는 '파수꾼'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의 말에 지수와 다른 동료들의 눈빛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슬픔은 가시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결의가 싹텄다.
"좋아요."
지수가 지도 위에 찍힌 첫 번째 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여기입니다. 신촌 대학가. 젊음의 열기와 에너지가 가장 왕성한 곳이죠. 놈들이 이곳에서 무언가를 꾸미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해요."
그들은 더 이상 도망치거나 방어만 하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 이제 그들은 먼저 움직일 것이다. 비록 상처투성이지만, 새로운 결의로 뭉친 파수꾼들의 반격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충격적인 진실과 스승의 희생, 그리고 새로운 결의와 함께 2부가 막을 내렸습니다.
과연 민준과 파수꾼들은 '아카디아 프로젝트'의 거대한 음모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도시의 '혈점'을 둘러싼 그들의 싸움은 3부에서 계속됩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시고, 감상평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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